오늘 우리는 마태복음 14장 13절부터 21절 말씀,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라는 주님의 명령 앞에 서 있습니다. 이 말씀은 오병이어의 기적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지만, 단순히 놀라운 기적의 사건을 전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우 분명하고도 부담스러운 요청으로 다가옵니다. 예수님은 문제를 보고 설명하거나 회피하라고 하시지 않고, 제자들에게 단호하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묵상하며 우리는 먼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돌아보게 됩니다. 몽골의 현실은 우리가 접하는 영상이나 기사에서 보는 모습과는 많이 다릅니다. 과장된 정보와 희망적인 이야기들이 떠돌지만, 실제 현장은 여전히 어렵고 고단합니다. 석유가 나지만 정제하지 못해 수입에 의존해야 하고, 전쟁과 국제 정세로 인해 유류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식량과 생필품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자연재해까지 겹치며 많은 가정이 생존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의료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고, 질병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생명을 잃고 있으며, 이로 인해 더 나은 삶을 찾아 나라를 떠나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가 사는 호주의 환경은 전혀 다른 세상처럼 느껴집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감당하고 있는 사역은 고아원 사역, 교회 사역, 노숙자 사역입니다. 고아원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한글을 가르치고, 식사를 나누고, 간식을 챙기며 작은 필요들을 채워 주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개인적인 후원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아 늘 부족함 속에 있습니다.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말하는 음식들, 피자와 김밥, 떡볶이와 같은 소소한 바람 앞에서도 이 아이들이 얼마나 결핍 속에 살아왔는지를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그 작은 나눔을 통해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나고, 감사의 마음이 글과 그림으로 표현될 때,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단순한 구제가 아니라 사랑의 전달임을 깨닫게 됩니다.
교회 사역의 현실 역시 녹록지 않습니다. 기독교 인구는 줄어들고, 교회는 성장하기도 전에 약해지고 있으며, 신학교에는 학생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많은 사역자들이 생계를 위해 사역을 포기하거나 이중 직업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설교자가 없는 강단에 서며, 주로 노년의 여성 성도들 앞에서 말씀을 전할 때, 몽골 교회의 미래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나님의 역사를 기대하며 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노숙자 사역 또한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졌음에도 불구하고 거리의 노숙자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사라진 이들의 삶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이제는 모여 오는 사람들을 기다리기보다, 직접 찾아가 음식을 나누고 위로하는 사역으로 바뀌었습니다. 눈보라와 혹한 속에서 하루하루 생명을 이어 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국 한 그릇과 몇 마디의 위로는 그 어떤 것보다 귀한 선물이 됩니다.
이 모든 사역의 중심에는 한 가지 신앙의 고백이 있습니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제자들의 요청은 지극히 합리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을 보내 각자 해결하게 하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합리적인 판단을 넘어서, 제자들의 손에 문제를 맡기셨습니다. 빈 들판, 해 저문 시간,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주님은 제자들이 가진 것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셨고, 그것을 주님의 손에 올려 드리게 하셨습니다.
어린 소년이 내놓은 보잘것없는 빵과 물고기는 주님의 손에 들려졌을 때 모두를 배부르게 하는 기적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어린아이들에게만 들려주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어른들, 교회와 성도들에게 주어진 말씀입니다. 우리는 종종 문제 앞에서 “우리에게는 없다”, “우리의 능력 밖이다”라고 말하며 뒤로 물러섭니다. 그러나 주님은 여전히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보낼 것 없다. 네가 먹을 것을 주어라.”
주님은 교회가 세상적인 방법이나 합리적인 계산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을 신뢰하며 문제의 중심에 서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가진 것이 크지 않아도, 주님의 손에 올려 드릴 때 그것은 생명을 살리는 도구가 됩니다. 작은 섬김, 작은 나눔, 작은 긍휼의 마음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통로가 됩니다.
오늘 말씀과 영상을 통해 누군가의 수고를 바라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주님의 선교적 명령 앞에 각자의 자리에서 순종으로 응답하기를 소망합니다. 예수님께서 가난하고 병든 자들을 보시며 불쌍히 여기셨던 그 마음으로, 우리 주변의 육체적·정신적·영적 굶주린 이웃들에게 다가가 작은 것이라도 나누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는 주님의 말씀 앞에 구체적인 결단과 실행이 있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럴 때 우리의 작은 헌신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 가운데 임하게 될 것을 믿습니다.
